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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소중한 선물의 유산

26년 전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멕시코 오지의 바닷가 마을에 4일간 텐트를 치고 머문 적이 있었다.   그곳 아이들은 미국과는 다른 흐트러진 머리털, 거친 피부, 찢어진 운동화, 남루한 옷차림의 모습이었지만 아들은 이들의 외모와 상관없이 동심으로 쉽게 어울렸다.   아이들은 모래처럼 반짝 반짝 빛나기도 했고, 파도처럼 팔딱 팔딱 뛰기도 했다. 파란 하늘 높이 쉴새없이 날리는 웃음은 바람을 탄 연이 펄펄 나는 듯했다. 또한 순진한 장난꾸러기 어린 하얀 순수한 양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뛰어 노는 것 같았다.   그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기 방을 그들과 같이쓰고 싶다는 착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와 이곳 아이들과 다른 점이 뭔 줄 아니?”   머뭇거리는 아들에게 나의 자문자답이 이어졌다. “지금 네가 누리는 행복은 너의 재능이나 노력으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단다. 단지 그들은 오지서 태어났고 너는 미국서 태어난 것 뿐이야. 이런 은혜를 거저 받았으니 항상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이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올해 추수 감사절에 장성한 아들과 손녀 3명을 데리고 멕시코 그 오지 마을을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내도록 했다.     준비해간 옷가지, 신발, 학용품, 장난감 등을 직접 주게 하고 저녁은 이들과 같이 추수감사절 식사를 나누도록 했다.   떡국, 김치, 불고기와 원주민이 기른 토종닭 3마리를 대접했다. 원주민의 식사기도와 이어진 손녀의 기도로 추수감사절의 감사와 나눔의 시간을 35명이 같이 가졌다. 10대 손녀 둘에게 직접 환자를 접수하고 약 정리도 하도록 시켜 봉사참여의 기쁨도 느끼기를 바랐다.     돌아오는 어두 컴컴한 차 안에서 손녀들에게 26년 전 그들 아버지에게 한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내 답도 같았다.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은 추수감사절에 나눔과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진정한 감사함의 열매는 기쁨이고, 기쁨의 열매는 행복이라는 진리를 터득하기를 바랐다. 감사할 수 있는 감정이 인생을 풍요하게 하고 삶의 큰 에너지가 되다는 진리를 진정으로 터득하고 살기를 바라본다.   바쁘고 힘에 겨웠던 이번 여행의 준비과정들의 피곤함이 흐뭇함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선물 유산 추수감사절 식사 중학생 아들 바닷가 마을

2024-12-18

[기고] 자유와 평화를 위한 갈망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달이 지다(The Moon is Down)’는 노르웨이의 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이다.  1942년 발표됐다.   이 소설은 전쟁의 잔인함, 부조리, 그리고 자유와 평화를 얻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그리고 있다. 특히 요즘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과 우크라이나의 가슴 아픈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황과 관련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한 어촌 마을에서 벌어졌던 실화가 배경이다. 이야기 속에서 마을을 지키던 군인 12명이 침략군의 기습에 의해 3명만 생존하게 된다.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고 마을은 점령 당한다.   소설에서는 전쟁이 주는 참혹함은 물론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적나라한 심리상태가 묘사돼 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갑작스럽게 고통과 배고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아픔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일상의 평화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먹고, 입고, 편하게 자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 충족이 얼마나 귀중한지 스타인벡은 이 소설을 통해 사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목 ‘The Moon Is Down’에 호기심이 일었다. 스타인벡은 왜 제목을 이렇게 붙였을까. 소설에서 달이 언급되는 부분은 딱 한번이었다.   고즈넉한 저녁이 되면 평화로운 달빛 아래 평화와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살아가던 노르웨이의 한적한 조그만 마을이 삽시간에 모든 평화와 자유를 빼앗겼다. 마을은 점점 혼돈과 억압의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런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소설 제목을 ‘떨어지는(사그라지는) 달’로 묘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 들어 존 스타인벡의 이 소설이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다시금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     지난 1일 칼럼니스트 찰스 에델이 워싱턴포스트에 “저항하는 젤렌스키 우크라나이 대통령의 리더십은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글을 썼다. 이를 통해 공동체(마을·도시·국가)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공동체 구성원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는 훌륭한 지도자의 역할이 난국을 성공적으로 타개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설명했다.     자유와 평화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최영배 / 리젠트대학 공학·전산학과 교수기고 자유 평화 바닷가 마을 어촌 마을 소설 제목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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